반값등록금 학생 토론회 


 
반값등록금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등록금에 대한 부담을 어느 정도 덜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대학은 현재 예산 부족 문제를 겪게 되었다. 서울시립대신문은 우리대학의 예산부족 문제에 대해 김필립(환경공학 09), 이정민(세무 12), 이지호(국관 12)씨를 초청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당신에게 반값등록금이란?

이지호(이하 지호): 저는 반값등록금으로 인해 혜택을 많이 본 사람입니다. 반값등록금에다가 국가장학금까지 받게 되면 등록금 부담이 거의 없어져요. 그래서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필립(이하 필립): 저는 원래 반값등록금에 찬성했는데요, 2년이 지난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반값등록금 때문에 학교는 여러 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등록금이 다시 오른다고 할지라도 교육의 질 만큼은 지금보다 높아져야 합니다.
이정민(이하 정민): 우리대학은 많은 문제들이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그 문제들의 원인이 꼭 반값등록금 때문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반값등록금이 시행된 2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고 볼 수도 없고요.


교육의 질 저하, 무엇 때문인가?

필립: 반값등록금의 역기능으로 교양과목 및 전공과목의 감소를 들 수 있습니다. 이번 총학선본 공약으로도 교양과목의 확충이 내걸릴정도니까요. 강의 개설이 됐다가 수강 신청 기간에 폐쇄된 과목도 여럿 있었고요. 이렇게 수강 과목이 줄어든 만큼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도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정민: 반값등록금 때문이라기보다는 서울시 부채가 20조 원 달하기 때문에 우리대학 예산이 줄어 교육의 질이 낮아졌다고 생각해요. 반값등록금으로 학교가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서울시에서 반값등록금의 원래 취지에 따라 학교에 예산 지원을 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학교의 본질적인 기능은 교육이므로 대학은 교수와 강사들의 월급을 늘린다든지 시간강사들의 고용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투자해서 교수 1인당 학생비율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호: 교육의 질이 높아지려면 교육에 참여하는 주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교육의 질은 교수들과 학생들의 노력을 통해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필립: 교수들의 노력이 있어야 교육의 질이 높아진다는 데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저는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커지려면 교수들의 노력을 논하기 전에 과목수가 늘어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 더 말하자면 시설문제인데요. 지금 우리대학 실험실이나 기자재가 참 많이 낙후돼 있습니다. 실험실에는 비가 새고 있고 학생들에게 필수적인 실험장비가 없는 경우도 많죠. 원래 우리대학 계획대로라면 공대 건물을 새로 지어서 실험 환경을 개선해줬어야 하는데 반값등록금 때문에 그러한 계획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전농관 자리에는 신본관이, 배봉관 자리에는 100주년 기념 도서관이, 경상관 자리에는 공대건물이 들어가 있어야 해요.
정민: 시설 낙후는 공대 건물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인문대 건물이나 자연과학관 역시 상태가 좋지 않아요. 물론 서울시 재정상태가 안 좋기 때문에 학교에서 서울시에 예산을 더 요구하기가 힘든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건물에 비가 새고 강의실에 마이크가 안 나오는 문제들과 같은 경우엔 서울시가 즉각 해결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반값등록금으로 학생들이 등록금에 대한 부담을 덜은 것도 사실이지만 서울시도 정치적인 효과를 봤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반값등록금은 서로의 이해가 맞아 성립된 거래라고 볼 수 있어요. 따라서 우리가 반값등록금 때문에 손해를 입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신본관은 신축할 이유가 거의 없다고 하더라도 공대건물과 중앙도서관은 본질적으로 교육의 문제와 직결되는 시설이잖아요. 이건 이기심이 아니에요. 흔히 교육을 하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교사, 학생, 교실이라고 하잖아요. 시설이 엉망이면 교육의 3분의 1이 날아간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지호: 서울시가 예산을 더 줘야한다는 것은 저도 찬성입니다. 조금 전에 서울시 부채가 20조 원이나 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여기에는 서울시가 예산을 잘못 사용하는 탓도 있어요. 예를 들어 은평구에서 종로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계획이나, 돌고래를 풀어준다고 10억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서울시가 사업의 우선순위를 잘못 매기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 우리대학도 예산 운용을 비효율적으로 하고 있어요. 시대텃밭 같은 사업을 하고 있잖아요? 학교가 예뻐지는 것은 좋은데 수업 기자재나 기본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태텃밭 같은 사업을 하는 것은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행위라 생각해요.
필립: 시대텃밭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시청광장에 심은 벼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는 바로는 텃밭사업에 5,000만 원이 사용됐는데 이 돈이면 실험실 하나를 통째로 리모델링하고도 남는 돈이거든요. 이런 비효율적인 예산 사용을 막기 위해서 서울시에서 우리대학의 예산 사용을 관리해줘야 하는데 정치하는 사람들은 뭔가를 보여주려고만 하는 것이 참 아쉬워요. 서울시에서 우리대학이 예산이 부족해서 생기는 어려움을 책임져 줄 수 없다면 우리의 등록금을 올려서라도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민: 이 문제들은 우리가 요구를 해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인건비를 늘려 달라, 시설을 늘려 달라, 교수를 충원해 달라 등과 같은 요구를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거죠. 지금 우리대학의 사회적 인지도가 많이 올라가고 있는데 여기서 학교가 더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조금만 더 노력하고 투자하면 우리대학 수준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데 참 아쉬워요.


반값등록금 혜택, 사회 환원 책임 있나?

정민: 반값등록금 때문에 사회공헌을 해야 하는 것이냐고 물으면 저는 그건 아니라고 대답하겠습니다. 반값등록금은 굉장히 큰 사회적인 요구가 있어서 실행됐잖아요. 사회공헌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사회에 봉사하고 싶은 마음으로 해야죠. 그리고 사실 사회공헌은 개인이 하고 싶어야 하는 일이죠. 사회공헌이 모든 대학생들이 져야 하는 의무라면 정책을 세워서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요?
필립: 일단 반값등록금은 혜택이 맞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혜택이 박원순 시장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등록금 인하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있었고, 때마침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면서 반값등록금이 실현될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우리가 혜택을 받았으니까 굳이 금전을 환원하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책임감은 느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봉사 같은 사회공헌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학생들에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호: 흔히 주변에서 반값등록금이 저희에게 주어지는 혜택이라고들 하는데 이것 때문에 서울시장이나 서울시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서울시에서 ‘등록금이 비싸기 때문에 학생들이 공부를 못하고 있다’라는 이유로 등록금을 인하했으면 학생들이 반값 이후에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지를 봐야지, 우리에게 사회공헌을 해라고 요구를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반값’ 안고 갈 우리대학, 앞으로의 방향은?

정민: 교육은 국가에서 책임을 져야합니다. 사람들을 교육시켜서 그들이 나라의 인재가 되면 결국 국가적으로도 이로운 일이잖아요? 그렇기에는 인재를 키우는 교육비용에 대해서는 개인과 국가에게 반반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값등록금은 현실적인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입니다. 반값등록금 때문에 예산이 부족해졌다면 그 부족분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책임을 지고 보전을 해야죠.
필립: 반값등록금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해요. 가장 먼저 서울시에게 책임이 있지만 서울시가 책임질 수 없다면 우리대학 학생들이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한 지금처럼 제 살 깎아먹는 식의 반값등록금이 아니라 사회가 우리에게 투자하고 우리는 거기에 맞게 갚아나가는 상생의 반값등록금이 실현돼야 합니다.
지호: 반값등록금은 계속 유지됐으면 좋겠어요. 가난한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는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예산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울시로부터 예산을 받아오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조금씩 양보를 하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리_ 이철규 기자 279@uos.ac.kr
사진_ 이설화 기자 lsha22c@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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