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성의식 레드라이트

 
한 케이블 방송국의 <마녀사냥>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마녀사냥은 ‘19세 이상 시청자’를 대상으로 성(性)적 수위가 높은 이야기들을 직설적으로 다루고 있다. <마녀사냥>이 이처럼 각광받는 것은 성을 무겁게 다루던 기존의 방송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성을 편하고 재미있는 소재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마녀사냥과 같은 프로그램은 성에 관해 조금 더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형성하기도 한다. 남자 대학생 A(21)씨는 “<마녀사냥> 때문인지 친구들 사이에서 전보다 성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 것 같다. 또 요즘에는 성에 대한 이야기에 거부감이 덜 든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지난달 21일부터 5일간 실시된 서울시립대 학우들의 성(性)인식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성에 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그렇다’가 50%, ‘매우 그렇다’가 12%로 긍정적인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한 ‘주변에 성 관련 상담을 나눌 상대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에도 70%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우리대학 학생상담센터 김상수 상담심리전문가는 “학생들이 성에 대해서 점점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일반적인 추세이다.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많은 것도 이러한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 관련 상담을 주로 하는 대상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는 91%가 친구라고 응답해 압도적인 비율을 보였다. 형제·자매(3%), 전문상담사(2%), 온라인 커뮤니티(2%), 부모님(1%)이 상담 대상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극소수였다. '성 관련 상담이 도움이 됐습니까'라는 질문에는 ‘그렇다'는 응답이 79%로, 대부분 상담결과에 만족했다.

하지만 김상수 상담심리전문가는 친구와의 성 상담은 진지함과 전문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상수 상담심리전문가는 “대화를 나누고 공감해준다는 자체만으로도 고민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친구와의 대화로만 고민을 해결하다보면 자칫 잘못된 성의식을 가질 수도 있어 우려스럽다.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은 진지한 반면, 상담을 해주는 친구들은 가볍게 답해줄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조언을 얻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성 관련 상담이 도움이 되지 않은 이유로 ‘상담이 진지하게 이뤄지지 않아서’(43%)가 가장 많이 꼽혔다. 그 다음으로 ‘상대방도 잘 모르기 때문에’(31%)가 뒤를 이었다. 여대생 B(20)씨는 “성을 주제로 가장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친구이기 때문에 성 관련 고민을 친구들에게 자주 털어놓는다. 그렇지만 친구들과 성 관련 상담을 해도 진지한 답변을 듣기는 어렵다. 친구와의 성 상담은 공감을 얻을 뿐 구체적으로 문제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상수 상담심리전문가는 “학생들은 큰 문제가 생겼을 때만 상담소를 찾는 경향이 있다.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가진 문제를 ‘언젠간 해결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여기는 탓이라 생각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가진 문제들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글_ 유예지 수습기자 yy0237@uos.ac.kr
사진_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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