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간의 황금연휴, 정주행 최적의 타이밍! 기자들은 이렇게 놀았다!

 
“졸업하면 뭐 해먹고 살거니?” 명절마다 이런 질문에 뭐라고 답해야하나 고민하는 분들에게 직장 한 곳을 소개한다. 이곳에선 봉사를 하면서, 공기 좋고 한적한 곳에서 숙식도 제공받고 사람들의 존경까지 받으면서 돈을 벌 수 있다. 돈을 달라고 애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당신에게 기꺼운 마음으로 전 재산을 쥐어주는 꿈의 직장, ‘구선원’이다. 일반 기업이라면 이력서도 못 낼 사기 전과 8범의 교주 백정기(조성하 분)는 오로지 자신의 능력만으로 구선원을 이룩해낸다.

“아따 마 사이비 새끼들 질기다 질겨.” 드라마 <구해줘>의 내용은 이 대사 하나로 정리할 수 있겠다. 이번 추석 연휴 드라마 정주행을 해보겠답시고 고른 <구해줘>, 분명 고통만을 느끼기 위해 드라마를 보는건 아닐텐데, 이 드라마 시청률만 보면 요즘 사람들 인생이 너무 평탄해서 고통이 부족한가 싶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납치, 감금, 강간, 살인이 이어진다. 최종회에서 주인공 상미(서예지 분)가 사이비 종교단체 구선원을 탈출할 때까지 좋은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구선원의 교주 백정기는 17살의 상미에게 욕망을 품는다. 상미의 오빠가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자, 백 교주는 자식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미의 부모를 현혹해 상미를 휘두른다. 백 교주는 자신의 욕망을 새하늘님의 계시로 만들고, 상미는 백 교주와 새천년 결혼식을 올려야 할 처지가 된다. 상미의 친구 상환(옥택연 분)과 동철(우도환 분)이 상미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왜 구해주지 않았냐고, 왜 그랬어?” 상미는 상환에게 묻는다. 누군가를 ‘구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사실 ‘돕는다’는 행위는 개인의 선택이다. 제목은 <구해줘>이지만 드라마는 ‘구하지 않음’에 대해 묻는다. 상환은 선거 중인 아버지에게 피해가 갈까봐 오빠를 도와달라는 상미의 구조 요청을 거절한다. 그 결과 상미의 오빠는 자살하고, 홀로 상미를 도운 동철은 퇴학당한다. 상미와 동철은 상환을 원망하지만 ‘다신 보지 말자’는 말을 할 뿐이다. 오히려 괴로운 사람은 ‘구해줄 기회’를 놓친 상환 자신이다. 상환은 홀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지만 비겁했던 자신을 잊지 못한다. 3년 후, 다시 위험에 처한 상미는 우연히 만난 상환에게 들릴 듯 말 듯하게 ‘구해줘’라고 속삭인다. 첫 번째 ‘구해줘’를 놓친 상환은 두 번째 ‘구해줘’를 지나칠 수 없었다. 망설이지 않고 스스로를 구원할 기회를 붙잡는다.

구선원을 탈출해야 하는 사람도 있지만, 구선원 없이 못 사는 사람도 있다. 구선원에는 상처받은 사람들이 모인다.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사회에서 배척당했다. 백 교주는 그들을 괴롭히는 건 사악한 ‘사탄 마귀’라는 내용의 설교를 반복하고, 신도들은 위로받는다. 하지만 현실에는 사탄 마귀가 없다. 선과 악, 진짜와 가짜, 그 어느 것도 선명히 구분되지 않는다. 드라마는 이 점을 이야기한다. <구해줘>에서는 정의로운 사람들이 모여 정의로운 사건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구선원을 파괴하고 상미를 구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애쓰지만, 출세하기 위해,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 인터넷 방송을 하기 위해서 등 각자의 목적이 있을 뿐이다.

상미의 아버지 임 사도(정해균 분)도 백 교주가 말하는 구원에 휘둘린다. 임 사도는 구선원에 들어오기 전 사업에 실패하고, 사기를 당해 집을 뺏기고, 이사 간 곳에서 아들을 잃었다. 이 모든 불행을 백 교주는 사탄 마귀의 짓이라고 말해주고, 불행을 물리칠 ‘믿음’이라는 해결 방법도 알려준다. 해결 방법을 혼자만 알고 있을 수 없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구원의 배에 오르고 싶다. 상미가 백 교주와의 결혼을 강요하는 아버지에게 “설마 잠자리도 해야하느냐”고 묻자 임 사도는 “그건 잠자리가 아니라 구원세례”라고 답한다. 임 사도는 딸이 무엇을 원하는지 전혀 궁금해 하지 않는다. 그저 가족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상미를 극한으로 몰아넣는다.

추석이라 오랜만에 일가친척들이 모였다. “반에서 몇 등이나 하냐?”, “갈만한 대학은 정했고?”, “스펙이 중요하다는데 요즘 뭐하냐?” 매년 비슷한 질문이 이어진다. ‘좋은 의도로 애정을 담아’ 하시는 말씀이니 어쩌면 이해해드려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해줘>를 정주행한 후 우리는 알게 된다. 방식은 달랐지만 백 교주와 임 사도 모두 상미를 사랑했다. 나를 배려하지 않는 관심과 사랑까지 이해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 정 그렇게 마음이 중요하다면 우리도 가족을 위하는 마음을 담아 사탄 마귀를 피해 새천국으로 가는 방법을 설명드리자. 간단하게 “도를 아십니까?”도 좋겠다. 다음 질문은 아마 없을 것이다.


임하은 수습기자 hani153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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