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어볼 때 많은 수의 학생들이 ‘복권당첨’이라고 대답하곤 한다. 기자의 경우에도 “복권 당첨되면 자퇴서 쓴다” 고 자주 말하고 다녔다. 입에 달고 살았지만 한 번도 긁어 본 적 없는 복권, 이번에 처음 긁어보았다.

500원 즉석복권 4개를 샀다. 즉석복권은 그 자리에서 바로 당첨 여부를 알 수 있다. 같은 숫자가 3번 나오면 그 금액이 당첨된 것인데 바로 첫 복권을 긁어보자. 5천원, 1백만원, 2억원, 5천원, 1백만원, 2억원… 아쉽게도 꽝이다. 다음 복권을 긁어보자. 1백만원, 5천원, 5천원, 2억원, 1백만원… 5천원! 5천원에 당첨됐다! 다행히 원금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었다. 이제 이 돈으로 또 복권을 사러 갈까? 아니, 안 된다. 차곡차곡 모아서 벤츠를 살 예정이다.

당첨금을 받으러 간다. 당첨에 대한 기쁨도 잠시 복권의 당첨 확률이 궁금해졌다. 기자가 산 즉석복권의 5백원 당첨 확률은 1/3.3 이므로 2천원 어치를 사면 확률 상 5백원이 한 번쯤은 당첨이 된다! 그런데 5천원의 당첨 확률은 1/67.2 라고 한다. 천운이었다. 한 번 더 당첨되길 기대하긴 힘들 것 같다. 또한 흥미로운 실험을 하나 찾아볼 수 있었다. LG 사이언스에서 10억을 로또 복권에 모의 투자 후 매회 당첨 금액을 다음 회차 로또복권으로 재구매해 봤다고 한다. 결과는 “단 10주 만에 0원으로 완전 탕진”이었다. 이처럼 모든 도박게임은 수학적으로 계산된 시스템이기에 천운이 아닌 이상 지속적으로 할 경우 절대 승산이 없다. 그러므로 가끔 남는 돈이 있고, 심심할 때 한 번 정도 사보는 것이 적당하다.

또 하나 궁금증이 생겼다. 복권은 어떻게 운영되는 것일까? 우선 복권의 발행 주체는 정부다. 정부의 책임 아래 모든 시스템이 운용되고 있다. 정부에서 유일하게 허락한 도박인 셈이다. 복권발행의 수익금은 저소득층 장학금이나 주택지원 사업과 같이 사회 공헌에 쓰인다. 하지만 그 뒤에 어두운 면이 숨어있다. 우선 도박 중독 문제다. 하루에 한 번 2천원씩 복권을 산다고 하면 한 달에 6만원, 일 년에 72만원의 비용이 든다. 이대로 십년 동안 복권을 산다면 7백 2십만원. 벤츠는 무슨… 티끌은 모아도 티끌이었다. 만일 이렇게 7백만원이 가볍게 느껴진다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상담을 받아보길 추천한다.

다음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복권이 역진세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복권은 누가 구매 할까? 지갑 안에 1등 당첨금이 들어있는 사람일까? 아니다. 복권의 주요 소비층은 적어도 그런 부자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복권의 목적인 저소득층 장학금은 과연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것일까? 저소득층에게서 세금을 걷어 저소득층에게 나누어 주는 것은 제대로 된 재분배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복권에 대해 가볍게 알아보았다. 재미도 있지만 위험한 복권, 적절한 선에서 이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주의하면서 짜릿함을 즐겨보자.


이은정 수습기자 bbongbbong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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