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얼모스트 메인>]

하나의 짧은 이야기가 프롤로그, 인터로그, 에필로그에 이어진다. 한 여인이 남성에게 다가가며 말한다. “가까이 있으니 너무 좋다. 좀 더 가까이...”. 하지만 남성은 여인이 가까이 앉을수록 더 멀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눈덩이를 뭉쳐서 “지구가 구라고 생각하면..”라고 말하며 설명한다. 연극 포스터에도 표현돼 있듯, 지구에서 서로 멀어지다 보면 결국 한 점에서 만나게 된다. 서로 반대편의 길이를 재면 거리가 지구 둘레로 가장 멀어진다. 여인은 산통을 깨는 말에 점점 멀어져 간다. 애석하게 남성은 “더 가까워지고 있어!”라고 멀어져가는 여인에게 소리친다. 여러분도 눈치채셨겠지만, 마지막에 여인은 반대편에서 나타난다. 서로를 껴안고 극은 막을 내린다.

메인은 미국 동부 최북단에 있는 작은 주이다. 연극의 제목은 너무 시골이라 행정구역 이름도 없어 거의 메인에 가깝다는 가상의 공간을 뜻한다. 장면마다 암흑과 잔잔한 팝송은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추운 배경을 눈으로 표현했고, 배우들은 두꺼운 스키복에 모자를 착용했다. 11월 쌀쌀한 날씨에 대학로 극장에 모인 관객들은 에어컨에  춥다는 반응을 보였다.

▲ 커튼콜에서 배우들이 인사하고 있다.
이 연극은 메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배우 겸 작가 존 케리아니가 2004년에 썼다. 단편적인 스케치는 9개의 옴니버스 형식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주제는 모두 사랑으로 묶여있다. 키스와 동성애 등 개방적인 극의 내용은 역시 브로드웨이에서 상연될 법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을 급진적인 키스로 표현해 관객들에게 불편함을 유발하기도 했다. 한국 배우들이 미국 연극을 하니 어색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개성을 살린 연출로 감동과 웃음을 줬다.

존 케리아니는 대본 지문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배우들은 얼모스트 주민들의 아픔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픔을 존중하고, 숨겨진 고통을 연기해야 한다. 그리고 이 연극이 희극임을 잊으면 안 된다. 슬픔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이다.”

사랑은 보이지 않는다. 이 극에서는 사랑을 기계조각이나 신발로 형상화하는 다양한 시도가 있다. 실연을 부서진 심장 조각으로 표현하고 그것을 고치는 기계공이 등장한다. 사랑하던 사람을 놓쳐 ‘악당’이라고 자신에게 문신을 새긴 사람도 있다. 남자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콜라주를 그려주지만, 여인은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사랑에 빠지고서야 그림을 이해한다. 사랑에 빠져 12장이 넘는 옷을 벗는 장면은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사랑으로부터 파생된 9개의 이야기는 하나의 콜라주를 이루었다. 궁극적으로 사랑을 알리는 교과서가 됐다.


*대학혁신지원사업 영문학과 글로벌역량 향상 프로그램 [영어권 문화의 이해와 비평]을 통해 관람했습니다.


손용원 기자
ywson5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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