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휴먼라이브러리에 대해 알아보다

휴먼라이브러리란?

지난 1993년, 덴마크에서 청소년 간의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살해된 청년은 사회적 편견의 대상자인 ‘이민자’였고, 이민자라는 이유로 주어진 편견에서부터 시작된 말다툼은 끝내 살인사건으로 이어졌다. 이를 알게 된 피해자의 친구들은 청년 NGO ‘폭력을 멈춰라’(Stop Volden)라는 조직을 만들고 친구를 죽음으로 몰고 간 편견과 고정관념을 무너뜨릴 수 있는 운동을 시작했다. 바로 휴먼라이브러리 운동이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유명한 고사성어가 있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휴먼라이브러리 운동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편견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게 해준다. 사람들은 대중매체를 통해 듣고 보면서 형성된 고정관념을 소외된 사람과 직접 대화하면서 깰 수 있게 된다. ‘백견이 불여일문’(百見不如一問), 즉 백 번 보는 것보다 한 번 물어보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우리대학 학생과 사회공헌팀은 지난 2014년부터 서울 휴먼라이브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학생들의 진로 고민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 등 단순한 재능기부 수단에 불과했지만 이후에는 휴먼라이브러리 본연의 목적인 ‘소통을 통한 편견의 타파’를 위한 활동으로 점차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편견의 말들’ 전시회를 통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편견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우리대학의 서울휴먼라이브러리를 운영하는 학생과 이현창, 황예림 주무관과 휴먼라이브러리에 참여했던 사람책 3명에게 휴먼라이브러리가 어떤 것인지, 자신에게 미친 영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어봤다.

 

 
서울휴먼라이브러리는 어떻게 운영되나
서울휴먼라이브러리는 도서관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특정한 장소에서 열리는 것은 아니다.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사람책을 빌릴 수 있다. 초반에는 지역의 다양한 시민을 사람책으로 모집해서 지식공유 중심의 사람책 활동을 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뮤지컬과 같은 독자적인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고 동대문구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사람책을 동원하기도 했다. 지혜를 많이 가진 분들의 지식을 공유하는 정도로 덴마크에서 처음 시작했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앞으로는 원형이 그랬듯이 사회적 편견을 없애기 위한 프로젝트도 시행할 예정이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할 예정인가
지난 6월 진행됐던 ‘편견의 말들’이 우리의 타이틀이 됐으면 한다. 편견의 말들이 휴먼라이브러리를, 휴먼라이브러리가 우리대학을 연상시킬 수 있게 되고,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휴먼라이브러리라는 좋은 자리가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릴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사람책이 되고, 사람책을 빌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사회적 소통의 길로 안내하지 않을까.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한 전시회를 연 2회 준비할까 생각 중이다. 올해 전시회를 준비하기 전에 이게 과연 우리들이나 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들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다른 학교에서 교수님이 오셔서 물어보는 것을 보고 제대로 한번 다뤄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휴먼라이브러리와 일반적인 강연의 차이점은
원래 휴먼라이브러리는 1:4정도의 테이블 토크 방식이 최적이다. 한 사람책을 만나고자 하는 사람이 여러 명이면 강연이 돼버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실제 운영할 때는 사람책이 원하는 방식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 여행과 관련된 사람책의 경우에는 정석대로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꽃꽂이에 대한 사람책은 꽃꽂이를 체험하는 형식의 사람책 행사를 진행했다. 강연 형식과 가장 다른 점은 좀 더 많은 질문이 서로 오고간다는 것이다. 강연 후 질의응답만이 아닌 쌍방향의 소통이 이뤄진다.

운영해오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
일단 사람책이 많지 않다. 휴먼라이브러리가 시작된 덴마크는 굉장히 개방된 사회다. 소수자들이 당당하게 나올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소수자가 대중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한다. 지금까지의 휴먼라이브러리 운영이 사회문제보다 진로에 집중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편견의 대상인 소수자를 사람책으로 모셔오더라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장애인 문제를 예시로 들어보자. 장애를 가진 상태로 살아오면서 불편한 점이 분명 있을 것이다. 당사자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사실도 많이 있다. 사람들에게 장애인의 삶에 대해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 사람책만으로는 휴먼라이브러리가 단순히 감정을 토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 장애인 사람책을 다독이고, 모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적당한 수준을 찾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앞으로의 서울휴먼라이브러리는
지난 2017년까지는 대부분의 활동이 진로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것이 휴먼라이브러리를 제대로 운영하는 방식인지에 대해서 고민이 들었다. 어느정도 정립이 된 지난해부터는 진로 이외의 주제도 폭넓게 다루고 있다. 내년부터는 비율을 5:5로 맟춰 일반적인 사회문제와 진로 관련된 내용을 균형있게 다룰 생각이다. 내용이 진로와 관련돼 있더라도 단순한 학과·전공 소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유의미한 메시지 전달에 집중하도록 유도할 생각이다. 사회문제에서 편견까지 폭 넓게 다루고 결국에는 사람들의 행동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휴먼라이브러리가 됐으면 좋겠다.
‘활동이 곧 홍보’라는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활동하고자 한다. 자기만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사람책으로 등록했으면 좋겠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글·사진_ 이정혁 기자
coconutchips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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