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편한 연구소의 회의 모습
‘불편한 연구소’는 9명의 청년이 모여 정책을 연구하는 작은 모임이다. 연구원들은 금융, 대학 등록금과 같이 이미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사안에 대해서도 연구를 하지만 “도로에 쓰레기를 버릴 곳이 없어서 불편해요”, “살이 잘 안 빠져서 고민이에요”와 같은 소소한 문제들까지를 모두 다룬다. 불편한 연구소는 서울시 민관협력 프로젝트에 참여해 청년 신용회복 정책을 서울시정에 반영해낸 쾌거를 이룬바 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불편한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지금도 청년들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수십 개의 정책을 연구하며 고군분투 하고 있다.

불편한 연구소의 이원재(33) 소장은 “내 아이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었다”며 연구를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서울시 소식지를 보고 청년정책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단순한 계기였지만 그 과정에서 느낀 보람은 컸다. 이원재 씨를 포함한 서울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청년 9명은 의기투합해 “우리 손으로 변화를 만들어 내자”며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도 자발적으로 모임을 결성했다.

이원재 씨는 “우리의 연구자료들을 모아 국회나 시의회, 행정부에 제출해 관련 정책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고민도 많이 해야 한다. 이원재 씨는 “정책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진 않지만 고려할 점이 많다. 정책은 많은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대중성이 있어야 한다. 동시에 정책을 위한 비용도 합리적인 선에서 책정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월 2회 정기적으로 만나 세미나를 열어 각자가 연구해온 자료들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주위 청년들에게 들은 단순한 불만, 불편까지도 중요하게 다룬다. “도로에 쓰레기 버릴 곳이 없어 불편하다”는 말을 들으면 지자체 별로 쓰레기통을 설치한 곳을 분석하고 비용을 계산해 어디에 추가로 설치할지 고민해보는 식이다. 이들은 얼마 전 한 청년으로부터 “시사이슈를 쉽게 알고 싶은데 방법을 모른다”는 불편을 들었다. 청년들에게 쉽고 재밌게 시사를 설명할 채널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팟캐스트 방송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연구 결과가 전부 다 정책화되지 않아도 된다. 연구 과정에서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고 이를 공감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것만으로도 만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불편한 연구소는 신생 소모임인 만큼 아직 활동이 잘 알려지지는 않았다. 불편한 연구소의 비전에 대해 묻자 이원재 씨는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연구에 참여해주고 불편한 점을 말해주는 것, 그리고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재 씨는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문제가 있어도 세상과 담을 쌓고 무기력하게 있는 사람과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사람이다. 대학시절엔 굳이 내가 아니어도 사회문제 해결은 누군가 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을 좀 더 살고 보니 그렇지 않더라. 나부터 뭔가 해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에게 전해줄 메시지가 있다는 그는 “여러분은 주변 문제가 당장은 나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중에 자신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는 알 수 없다. 지금 고민하지 않으면 문제가 닥쳤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철규 기자 27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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