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베스트(이하 일베)는 평균 동시접속자수 2만여 명의 대규모 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다. 일베 회원들의 주된 활동은 정치적 이슈에 대해 우파적인 의견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들은 다양한 패러디들을 만들며 ‘애국보수’를 표방하는 자신들의 논리를 강화하고 재생산한다.

이번 6·4 지방선거 기간 동안 일베의 베스트 게시물들은 단연 선거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 중 반은 진보진영에 대한 비방이었고, 반은 보수진영에 대한 지지와 찬양이었다. 일베의 타겟 1호는 박원순 서울시장이었다. 박 시장은 당선이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였기 때문에 일베는 그를 견제하기 위해 많은 네거티브를 생산했다. 박 시장을 ‘박원숭’, ‘원숭이XX’ 등으로 부르고 서울을 농촌으로 퇴보시키는 사기꾼으로 묘사했다. 박 시장이 땅값이 비싼 노들섬을 텃밭으로 만든 이후 일베는 ‘박원순=농촌’이라는 프레임을 만들고 계속해서 유지해왔다. 박 시장은 농약급식 건으로 선거기간동안 홍역을 앓았는데 일베도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들은 서울에서 농사지은 쌀로 무상급식을 하며 아이들에게 농약을 먹인다는 내용으로 박 시장을 물어뜯는데 여념이 없었다.

반면 정몽준 전의원은 발전과 개발의 아이콘으로 찬양받고 있었다. 정 전의원 아들의 ‘미개’ 발언으로 정 전의원이 선거에서 불리해지자 일베는 지원사격에 나섰다. 일베는 박 시장에 대한 네거티브를 한층 더 강화하는 한편 “좌좀들은 역시 미개하다. 정몽준 아들 말이 틀린 게 없다”며 정 전의원의 아들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투표일인 6월4일에는 일베인들의 투표 인증 쇼가 펼쳐졌다. 어느 지역구에서 투표했다는 것을 인증한다는 내용의 게시물로 게시판은 도배가 됐다. 선거가 끝나고 박 시장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일베는 암담한 분위기였다. “서울 탈환에 실패한 미개 서울인은 모조리 할복하라”는 극단적인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으며, “박 시장이 이끄는 서울에서 사느니 이민을 가겠다”는 말도 있었다. 선거가 끝난 후 일베는 정치 성향의 게시물이 대폭 줄어든 모습이다. 현재 일베 회원들은 일상에서 겪은 특이한 일들을 공유하거나 정보 글을 올리며 자신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철규 기자 279@uos.ac.kr


디시인사이드에는 수 많은 갤러리가 있다. 이번 6·4지방선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갤러리가 있나 했더니 이슈 분야에 역시 2014지방선거 갤러리(이하 선거갤)가 있었다.

평소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정치·사회 갤러리, 국내야구 갤러리 등의 갤러리가 우파적 성향이라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들어왔다. 선거갤 역시 그럴 것이라는 생각에 호흡을 가다듬고 클릭했다.

하지만 예상 외로 선거갤은 혼전 양상을 보였다. 보수진영인 사람들과 진보진영인 사람들 모두가 글을 남기며 활발한 토론의 장을 펼치고 있었다. 진보 측 정당에 대한 악의적인 글이 올라오면 보수진영 사람들이 나타나 댓글을 달고 논쟁을 펼치는 식으로 게시판은 운영되고 있었다.

박빙이었던 이번 선거 결과 때문에 그런 건지 선거가 끝난 후에는 잠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느 당도 확실히 이겼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커뮤니티에 글을 남기는 것을 꺼리는 듯 했다.

혹시나 해서 글이 활발히 올라오는 정치·사회 갤러리와 국내야구 갤러리를 들어가 봤다. 정치사회갤러리의 경우 보수진영인 사람들의 진보진영 ‘까내리기’류의 글들이 많이 보였다. 조금 놀란 점은 국내야구 갤러리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는 것이다. 보수진영 사람들의 글이 좀 더 많긴 했지만 진보진영 사람들의 글 역시 대등하리만큼 많았다. 물론 저질스러운 이야기들이 꽤나 많이 오가긴 했지만 말이다.

한때 일베의 아버지라고 불릴 정도로 이미지가 좋지 않았던 디시인사이드. 하지만 선거기간 동안 이 사이트를 지켜보니 화합 아닌 화합의 장이 이뤄지고 있었다. 아마 대다수의 ‘문제아’들이 일베로 활동 커뮤니티를 옮겼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은 해 보지만 그래도 불과 3~4년전 디시인사이드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 적잖이 놀랐다. 취미라는 하나의 공통된 점 아래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정치적 성향의 글들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니, 자신과 다른 의견이 하나만 올라와도 무조건 비방하는 타 사이트들의 모습과 비교가 됐다. 물론 디시인사이드는 아직도 많은 ‘문제아’들이 있는 집단이 맞긴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모습은 적어도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준 것 같다.

정수환 기자 iialal91@uos.ac.kr


오늘의유머(이하 오유) 커뮤니티는 1999년 ‘인포메일’의 부속사이트로 시작한 유머사이트다. 처음에는 회원들에게 유머를 메일링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쳤지만 현재는 그 규모가 커져 유머, 게임, 연예, 시사 등 다방면에 걸쳐 많은 게시물을 생산해내고 있다. 오유가 온라인 커뮤니티의 세계에서 나름대로 세력을 갖추게 되자 순수한 유머 사이트에 ‘정치’가 개입되기도 했다. 그 양상은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와의 대립으로 나타났다. ‘일베vs오유’의 갈등은 골이 점점 깊어졌다. 현재는 서로가 서로를 ‘일베충’이나 ‘X선비’ 등으로 부르며 서로 깎아내리기 바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거 운동기간 동안 기자는 오유를 자주 접속해보며 이 커뮤니티에서 어떤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이하 베오베)’ 게시판은 선거 운동기간이 아닐 때는 유머 게시물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운동기간 중에는 시사 게시물이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수많은 시사 게시물들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을 응원하고 있었다. 심지어 진보가 선이며 보수가 악이라는 흑백논리를 드러내기도 했다. 너무 심한 좌우 논리는 소위 말하는 ‘마녀사냥’을 낳았다.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거나 조금이라도 보수진영에 가까운 의견을 누군가가 내놓으면 ‘일베충이냐’, ‘괜히 물 흐리지 마라’는 식으로 비난했다.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거나 게시물이 보류 게시판으로 이동되기도 했다.

투표일에 오유는 ‘투표인증 게시판’을 따로 신설해 회원들에게 투표를 독려하고 있었다. 투표인증 게시판에 게시물이 폭발적으로 등록되는 모습을 보면서 확실히 오유가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투표가 끝난 후 개표가 진행되면서는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듯 ‘역시 정의는 이긴다’, ‘보고있나 일베’ 등의 게시물들이 올라왔다. 일베와 비교당하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막상 오유는 일베를 크게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냈다. 일베와 오유가 모두 정치색을 짙게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일베나 오유나’라는 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서현준 기자 ggseossiwkd@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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