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죽음에 관한 영상을 봤다. 동물의 죽음이었지만 동료들이 옆에서 슬퍼하는 영상을 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언제 죽을까? 뉴스나 신문 기사 등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에서 경험한 바로는 질병으로 인한 죽음, 사고로 인한 죽음 등 죽음을 맞는 수많은 사람은 보통 본인이 죽을지 몰랐을 것이다.우리는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을 인정하고 나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오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지금 나와 대화하고 있는 내 친구와의 관계는 또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러한 것들은
독자여론
서울시립대신문
2024.04.09 14:01
-
우리의 일상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다. 무슨 옷을 입고 점심에 뭘 먹을지처럼 사소한 일부터 회사나 학교를 선택하는 복잡한 일까지 매 순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러나 우리는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우리는 ‘결정장애’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제는 ‘결정을 못 하겠어’라고 말하는 것보다 ‘결정장애 있어’라고 말하는 편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결정장애라는 진단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살아왔다고 하지만 그것은 명백한 나만의 착각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독자여론
손유진(국사 22)
2024.03.26 13:40
-
2024년 우리는 경계의 시대에서 살고 있다. 매일 언론에서는 세상의 흉흉하고 포악한 사건들을 보도하고, 사람들은 점차 주변의 사람들을 경계하고, 차갑게 바라본다. 타인에게 냉소적인 태도를 지니는 것이 어렵지 않은 사회이다. 하지만 때때로 타인과 온정을 나누는 것은 생각도 못 한 달콤함과 따스함을 전해준다.나의 자취방 주변에는 만두가게가 있다. 처음 그곳을 방문하였을 때 나는 모둠만두를 주문했다. 어색한 침묵이 지속되던 중 사장님의 시선이 내가 샀던 감기약으로 향했다. “감기 걸렸어요?”라는 질문을 건내시고선 요즘이 환절기라며 오는
독자여론
서울시립대신문
2024.03.12 13:45
-
내가 생각하는 매력적인 사람, 기억에 남는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개진할 수 있는 사람이다. 글이나 말 어떤 형태로든. 여기에 자신이 가진 사고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줄 아는 사람이면 더 좋다.우리의 대화를 이루는 말들은 대부분 답이 정해지지 않은 것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화의 묘미는 사람들이 각자 가진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단 다양한 생각을 들으며 좀 더 세상을 열린 사고로 바라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내 생각이 편협했다면 남들을 통해 내가 특정 주제에 대해 편협한 구석이 있었다는
독자여론
서울시립대신문
2024.03.04 10:34
-
몇 년 전부터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기존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X)가 정제되지 않은 단편적이고 대량의 정보를 쉴 새 없이 쏟아내는 SNS라면 블로그는 조금 더 정제된 문장과 언어를 사용하고 정보의 빠른 전달보다는 기록에 중점을 둔 형태의, 말하자면 ‘슬로우 SNS’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매일 올라오는 인스타그램의 자극적인 스토리와 피드의 현란한 게시물에 정신적으로 지친 사람들은 이제 어린 시절에 쓰던 일기처럼 블로그에 자신이 살아가는 현재를 느리지만 정성스럽게 기록한다. 내가 블
독자여론
서울시립대신문
2023.12.05 13:28
-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우리대학과 서울시가 함께 주최한 ‘도시영화제’에 출품된 작품 중 하나인 [상실의 집]은 요양원에서 군복무를 마친 전진규 감독의 경험을 각색해 요양원의 노인들을 조명한다. 시간의 흐름에서 도태돼 버린 노인들의 아픔을 곁에서 바라본 감독의 시선을 애니메이션 특유의 과장적이고 감각적으로 묘사한 훌륭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내게 더 인상 깊었던 것은 영화가 아닌 GV였다. 감독의 작품 해설과 인생관은 내게 수많은 감명을 준 훌륭한 연설이었다. 그중에서 “저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독자여론
서울시립대신문
2023.11.21 13:48
-
난 언제쯤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비록 법적으로 성인이 되었고 고향을 떠나 홀로 살아가고 있지만 내가 어른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아 괴롭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어른이 되는 것은 조부모나 부모 세대와는 매우 다르다. 전통적인 가족 및 젠더 배치는 해체되고 있고 더 많은 자유와 더불어 더 많은 불확실성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른이 되는 당연한 경로로 간주되던 것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동일한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제니퍼 M. 실바의 『커밍 업 쇼트- 불확실한 시대 성인이 되지 못하는 청년들 이야기』를
독자여론
나인해(국사 22)
2023.11.07 13:30
-
자동인형, 인조인간, AI와 같은 것들을 배울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많은 시간, 깊은 사유를 통해 오랫동안 인류가 인류에게 던져온 식상할 수도 있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것의 역사와는 별개로 지금까지 정의되지 못한 채 추상화된 어딘가를 부유하는 듯하다. 인간이란 무엇이냐는 그 식상한 질문에 대해서 메리 셸리의 SF소설 ‘프랑켄슈타인’이 나름의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먼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해당 작품은 인조인간의 발명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
독자여론
박상민(국문 21)
2023.10.17 13:04
-
서울시립대학교 재학생으로서 캠퍼스를 즐기면서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우리 학교는 평지 캠퍼스이고, 서울시민도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막연하게 장애친화적인 캠퍼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권센터의 국가근로 장학생으로 장애인 편의시설 조사에 우연히 참여하게 되면서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볼 수 있었고, 이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인권센터에서는 매년 교내 장애인 편의시설을 조사한다. 이전에는 단순히 설치 여부만을 조사했다면, 올해는 『장애인등편의법』에 따라 장애인 편의시설이 기준에 적합한지를 검
독자여론
서울시립대신문
2023.09.26 13:11
-
미국의 정치철학자 조지프 피시킨은 저서 [병목사회]에서 ‘전사사회’라는 개념을 이용해 절차적 공정과 결과적 공정의 딜레마에 대해 천착한다. 원시 부족사회로 설명되는 전사사회에서 양질의 직업은 오로지 전사뿐이다. 성공으로 가는 통로가 하나뿐인 상황에서는 입구를 엄격하게 관리한다 해도 결과는 정의로 이어지지 못한다. 많은 이들이 획일화된 통로로 몰리며 극심한 경쟁이 발생하고, 무수한 낙오자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사회에서 전사가 아닌 다른 재능은 환영받지 못하고, 아이들의 꿈과 목표도 하나로 강요된다. 한국이라고 상황이 다를까. 고
독자여론
양유근(도시행정학과 석사과정)
2023.09.12 13:15
-
초등학생 때는 사과가 참 어려웠다. 그 시절의 사과는 이랬다. 선생님이 두 아이를 마주 보게 하고 구체적인 문구를 알려주었다. “자, ‘유근아 미안해’하자”, “정근이가 미안하대”, “‘정근아 괜찮아 나도 미안해’ 하자”. 미안함을 온전히 느끼기도 전에, 잘못을 용서하기도 전에 소리 내 읊는 것이 그때의 사과였다. 어릴수록 고집이 세다고 했던가. 초등학생의 목구멍에서 사과 한마디를 내뱉는 것은 마치 뜨거운 돌멩이를 삼키는 것같이 어려웠다. 내게 잘못이 없다고 생각되면 목구멍은 절대 열리지 않았고 어른들은 백기를 들었다. 그 나이의
독자여론
서울시립대신문
2023.06.07 13:36
-
이 글은 『법정의 얼굴들』에 기반함을 알린다. 피해자나 유족들이 정말로 원하는 게 가해자의 징역살이일까. 다음은 데이트폭력의 피해자 여성의 어머니의 소리없는 아우성이다. “살인 사건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의 어머니가 너무나도 부럽다. 교도소에서 평생을 살아도 자식 얼굴을 볼 수 있지 않냐. 나는 딸을 볼 수 없다. 차라리 내 자식이 살인자였으면. 왜 착하게 살라고 했는지, 후회스럽다” 가해자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해도 이미 죽은 딸은 볼 수 없다. 너무나도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에게 법은 무기력할 뿐이다. 그런 사람들을 곁
독자여론
박서연(국사 21)
2023.05.23 15:42
-
근자에 들어 전세사기 피해 소식이 끊이지 않고 들려온다. 서울 서부권 다세대 전세사기부터 최근에는 인천 미추홀구 오피스텔이 경매로 넘어가는 전세사기까지 그 피해규모가 크고 예측이 어렵다. 이처럼 전세사기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번진 것은 임대인의 채무정도, 주택 보유 수, 재정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자신도 전세사기의 희생양이 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도시괴담처럼 퍼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시적인 특별법을 마련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독자여론
양유근(도행 G22)
2023.05.09 14:35
-
최근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이하 전씨)의 행보가 화제가 되고 있다. 조부 전두환과 일가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에 많은 시민이 그를 응원했다. 더 눈여겨볼 점은 5.18 민주화운동(이하 5.18) 유가족과 광주 시민들의 반응이었다. 무릎 꿇고 사죄하는 전씨에게 유가족은 포옹으로 화답했다. 묘역 참배에 나선 전씨가 옷으로 묘비를 닦자 한 시민이 수건을 건네주기도 했다. 지난 2월 특전사동지회와 일부 5·18 공법단체가 화합 행사를 열겠다고 선언했을 때 광주 시민사회가 끓어올랐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무엇이 달
독자여론
이길훈(국사 19)
2023.04.11 15:01
-
이 글은 데이비드 펄머터의 책 『장내세균혁명』에 기반함을 미리 알린다. 그는 신경과 전문의이며, 신경 퇴행성 질환 연구의 개척으로 라이너스 폴링상을 받았다. 미국영양학회 회원이기도 한 그는 이 책에서 ‘먹는 것이 기분과 뇌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그는 대상 독자도 분명히 한다. “퇴행성 뇌 질환, ADHD, ..., 여드름, 구취” 등 총 33개의 질환을 언급하면서 그는 사실상 모든 현대인을 부르고 있다.우리의 식단은 우리 장내 미생물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각자의 미생물 ‘세트’는 우리의
독자여론
서울시립대신문
2023.03.28 13:56
-
대한민국의 3월은 항상 1919년 3월 1일의 역사를 되새기며 시작한다. 행정부의 수장이자 국가의 대표인 대통령 또한 이를 기념하고자 공식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곤 한다. 이번 삼일절 연설은 그러한 궤의 연장으로 보이는 삼일절 연설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난해와 달리 유독 장안의 화제로 불타오르고 있다. 길다면 길고,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는 대통령의 연설문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은 다음 문장이다.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됐습니다
독자여론
서울시립대신문
2023.03.14 14:10
-
일본과 독일의 월드컵 경기가 있었다. 경기시작 때 네이버스포츠에서 동시접속자가 60만명이 넘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불러왔다. 생각해보니, 월드컵 때 항상 일본의 경기는 한국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필자 또한 월드컵 때마다 일본 경기에 관심을 가지고 봐왔었다. 그러나 이번 일본과 독일과의 경기를 기다리는 마음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올 한 해, 한국과 일본 사이의 교류재단에 소속되어 활동했다. 한일관계에 대해서 다루는 여러 세미나에도 참가하고, 텍스트도 작성하여 세미나에서 발표하는 등 여러 활동을 하였다. 모두 인상적이었지만 제
독자여론
박모세(융합전공학부 20)
2022.12.06 12:58
-
바쁜 나날을 보냈다. 눈뜨면 학교에 가고, 일을 한 뒤, 집에 돌아오면 게임을 하다가 어느새 잠들고 다시 학교에 가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4일을 학교에 등교하고 3일은 출근하는 고정된 일주일의 스케줄이 마냥 싫은 건 아니었다. 반복되고 예측 가능한 일상은 지루하지만 안정감을 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 안정된 생활이 알게 모르게 답답하고 견딜 수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좋아하던 게임을 해도 지겹고 내일을 생각하면 지긋지긋하다는 생각부터 든다. 즐겁지 않은 일상이 계속되니 스트레스가 쌓이는 게 느껴졌다. 얼마 전 월급이 입금되
독자여론
서울시립대신문
2022.11.22 15:11
-
이 글에는 영화 의 내용이 포함돼 있으니 참고해주길 바란다.필자는 종종 강한 무력감과 분노에 시달린다. 자신의 일터에서 살해당한 여성노동자, 동료가 죽어도 천으로 덮어둔 채 일해야 하는 노동자, 서울 한복판에서 또래들이 목숨을 잃은 참사를 마주할 때 그렇다. ‘세상이 바뀔 수는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기다보면 무력해진다. 이런 사회적 재난이나 사건 이후 갈라져 싸우는 모습을 볼 때면 이 세상이 혐오로 가득 찬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 사회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는 모두 무
독자여론
서울시립대신문
2022.11.08 14:59
-
‘폐교’라고 하면 어떤 분위기들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가? 공포 영화에선 흔히 폐교를 배경으로 하곤 하는데 폐교가 지닌 그 특유의 분위기들이 음산할 뿐만 아니라 무서워서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폐교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무섭다는 것보다 안타깝다는 생각이 먼저 들 것이다. 공해, 재개발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최근에는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해 학령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폐교가 급증하는 추세다.하지만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폐교된 시설들을 자체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의 ‘폐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3
독자여론
허인영(국사 19)
2022.10.11 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