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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2회를 맞은 서울시립대문화상(이하 ‘문화상’)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올해 문화상은 6월 17일부터 7월 18일까지 작품접수를 받았다. 문화상에는 소설 148명, 시 129명이 지원해 총 277명이 응모했다. 8월 24일까지 예심 및 본심이 진행됐다. 이후 9월 25일 문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시상식에는 수상자 8명과 서순탁 총장, 대학언론사 주간
서울시립대문화상
서울시립대신문
2019.10.0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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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가득 실은 거대한 버스가 터미널로 들어선다. 06, 옆면에 커다랗게 숫자가 새겨진 하얀 버스에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린다. 그 모습이 꼭 크림이 가득 든 빵 사이로 비어져 나오는 크림 같아 군침이 돌았다. 은주는 달달한 크림이 미어터질 만큼 가득 든 슈크림 빵을 먹고 싶어져 카디건 주머니를 더듬었다. 그러나 주머니 속 지갑에는 겨우 서울까지
서울시립대문화상
안양예고 김 지 연 作
2019.10.0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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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한 철문은 자주 휘청거렸다바람이 불어오는 마디마다 부딪혔던쇠붙이의 소리는 옆집 아이의 울음소리를닮아 있었다, 답십리 주택 옆,오래 전부터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감나무소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면 주홍색 감이우리 가족의 근심처럼 대롱대롱 열리곤 했다감꽃은 꽃잎만 떨어져 내린다던엄마의 말감꽃은 통꽃이거든, 꽃잎만 쏙 빠진단다말라 비틀어진 꽃을 꿰어 만들었던
서울시립대문화상
양주고 김 예 림 作
2019.10.0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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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예심을 거쳐 넘어온 작품은 모두 16편이었다. 두 가지 측면에 유의하면서 그 작품들을 읽었다. 한 가지는 그 작품을 쓴 학생들이 삶과 인간에 대하여 관찰하고 탐색하고 고민함에 있어 얼마만한 깊이를 보여주었는가 하는 것이었고, 다른 한 가지는 그러한 사유의 성과를 소설의 언어로 표현함에 있어 얼마만한 기량을 보여주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16
서울시립대문화상
이동하(국어국문학과 교수)
2019.10.0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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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해가 흘러 올해에도 가을의 문턱에서 서울시립대문화상 시 부문 수상작들을 세상에 내보낸다. 매번 느꼈던 바이지만, 서울시립대문화상 제도의 연륜이 어느 정도 쌓여가서 그런지 이번 본 심사에 오른 작품들 또한 그 수준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 심사자가 난감해 할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김예림의 「감꽃」을 당선작으로, 김민지의 「지
서울시립대문화상
류순태(국어국문학과 교수)
2019.10.0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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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에 서 있습니다. 오래되고 분주한 곳입니다. 어묵 한 꼬치를 사들고 앉아 전광판 속의 떠나거나 도착하는 버스의 번호를 살핍니다. 사람들은 바쁘게 어디론가 향합니다. 터미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습니다.‘터미널’은 오래 붙잡고 있던 소설입니다. 원고지 10매 분량의 짧은 콩트에서 단편소설로 바뀌기까지 수많은 은주와 경숙을 만나고 또 떠나보냈습니다. 이야기
서울시립대문화상
안양예고 김지연
2019.10.0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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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여려서 자주 운다고 생각했는데 독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여전히 시를 쓰고 있다는 걸 보면요. 어렸을 때 저는 창밖을 바라보며 피터팬을 기다리는 아이였습니다. 주인공이 될 거라고 막연히 믿었습니다. 그래서 문학을 택하게 된 건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과 달라지고 싶어서요.시를 쓰겠다고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 과연 제가 쓰는 사람이어도 되는지 자주
서울시립대문화상
양주고 김예림
2019.10.0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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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히 들어선 아파트들에는 빼곡한 창문이 박혀 있습니다. 똑같은 크기에 하나같이 초록색 선팅이 짙은 창문들. 낮에 그 창문들을 본다면 어느 게 어느 집인지 구분하기 힘들지만, 어둠이 찾아오면 각자 다른 조명을 달고 각자 다른 빛으로 하나둘 차오릅니다. 창문 하나하나마다 다른 가족들이 들어 있고, 저마다 집안 사정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장녀라 그런지 평소 ‘
서울시립대문화상
정승연(광남고)
2019.10.0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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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은 유독 짧았던 것 같은데, 제 안에서는 아직도 빗소리가 들립니다. 시를 쓰는 것은 즐겁지만 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시를 정말로 좋아하지만, 여전히 저는 시를 쓸 때면 조난당한 기분이 듭니다. 길을 찾아가는 건 제 몫이라는 생각을 늘 했습니다.언제나 축축한 마음입니다. 그래서 비를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상에 앉아 창문에
서울시립대문화상
김민지(불곡고)
2019.10.0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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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선수들이 은메달을 딴 선수보다 훨씬 만족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사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대개 3등은 ‘하마터면 아무것도 받지 못했을 사람’ 이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제 부족함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시립대문화상의 수상작에 제 글이 있는 걸 봤을 때 기쁨만큼이나 당혹감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서울시립대문화상
강태훈(선유고)
2019.10.0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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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은 제게 가장 익숙한 공간입니다. 학교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곳이기도 합니다. 수업이 끝난 후, 셔틀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친구들은 대부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도에 문제가 있다거나 무엇인가를 바꿔야 한다는 거창한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아, 재미없다’ 정도였죠. 그 ‘재미없음’에 대해서 써 보고 싶었습니다. 종일 그냥 옮겨졌다는
서울시립대문화상
소예진(안양예고)
2019.10.0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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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이라는 단어는 참 듣기 좋은 것 같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왠지 듣기만 해도 시원하고 선선한 바람이 어깨를 스쳐서 불어오는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어릴 때만 해도 딱히 이 느낌을 알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이제야 고등학생이 되었고, 이제야 세상을 둘러보기 시작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깊이 잠든 새벽, 다른 누군가의 가슴 속에는
서울시립대문화상
이도연(박문여고)
2019.10.0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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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세상이 참 넓다고 생각합니다. 가보지 못한 곳이 너무 많고, 만나보지 않은 사람은 더욱 많습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그 중에는 힘든데다 임금조차 낮은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많은 월급을 받는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와 같이 글을 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무작정 글을 쓰려하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 키보드 위에 손을 놓고 지웠다
서울시립대문화상
이윤서(고양예고)
2019.10.0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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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나는 언니의 짐짝처럼 독일에 보내졌다. 첼로 유망주인 언니가 유서 깊은 음악학교의 입학허가서를 받았을 때, 엄마아빠는 머리가 나쁘고 평범한 나를 덩달아 독일에 보내기로 했다. 11시간 30분의 비행 동안 나는 한심함에 끙끙 앓았다. 쫓겨나듯 떠난 내 모습이 비행기 수화물 칸에서 덜컹대고 있을 캐리어와 다를 바 없었다.언니는 기숙사에 들어갔고, 나는
서울시립대문화상
장동비
2018.09.1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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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어나길 용이었다. 용 띠로 태어났다. 하찮은 곰이나 독수리 따위와는 급이 달랐다. 나는 용이 마스코트인 야구팀을 응원했다. 이런 생각 때문인지 오늘따라 유니폼 바지가 더 작고 짧게 느껴졌다. 용으로 태어났지만 독수리의 유니폼을 입을 수밖에 없는 나는 등에 맥주 통을 짊어졌다. 용이 되지 못한 독수리라니. 관중석을 누비는 한 마리의 독수리가 된 내게
서울시립대문화상
강정호
2018.09.1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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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어야 보이는 얼굴들이 있다어둠 속에서만 그림자는 선명하고희미해진 기억은 이미 온 얼굴을 덮었다새가 날아간 뒤새벽하늘은 붉은 기억으로 두근거리지베란다 가장자리 나팔꽃 화단에는할머니의 발목이 심어져 있고,잔뜩 삼킨 씨앗은 흙속에 쌓여만 가고눈꺼풀 안 쪽에 새겨진 나이테가도수 높인 안경 너머 흐려지는 세상을 마주할 때할머니는 흙투성이의 손으로 창을 닦아냈다문
서울시립대문화상
권효선
2018.09.1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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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성처럼 쉽게 허물어지는 어깨의 엄마는할머니의 병문안을 다녀온 뒤밥을 먹을 때마다주인 없는 오븐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밥그릇을 긁어낼 때마다입천장이 따끔거리는 기분젓가락으로는 집을 수 없는묽은 마음이 조각난 채 국그릇 안을 떠다녔다식탁에서의 침묵을 지킬 때 우리는밤 골목의 고양이 같아서낮은 자세로 허리를 숙인 채조용히 울음을 삼켜보는 것이다젖은 흙이 굳어가
서울시립대문화상
이가인
2018.09.1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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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신호등 아저씨안양예술고등학교 장동비 당선작 수상소감소설을 쓸 때만큼은 제가 꼭 배우가 된 것 같습니다. 감정이입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를 창작하는 동안, 저는 동독 출신 중년 남성이자 독일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국인 소녀였습니다.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 소설 속 세상에서 살아갑니다.사라진 국가에
서울시립대문화상
서울시립대신문
2018.09.1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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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국제고등학교 권효선 당선작 수상소감고등학생이 되어서 놓친 계절들이 많습니다. 올해 길었던 여름마저 선명한 아지랑이처럼 느껴집니다. 현재 입시를 앞둔 요즘, 더 그렇습니다.처음 시를 쓰기로 마음먹은 지는 5개월 정도 지난 것 같습니다. 많지 않은 시간, 여전히 시는 낯설고 아득하게만 느껴집니다. 아직 겪지 못한 벽들이 많고 경험해보고 싶은 일들이 무수히
서울시립대문화상
서울시립대신문
2018.09.1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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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고 3 김 지 용심장이 모기에 물린 것 같습니다. 뛰기보다는 가렵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주먹으로 가슴을 쳤습니다. 통증이 대개 그렇듯 기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몸을 보다가 나도 모르는 흉터 같은 아이. 그 아이의 얼굴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또 심장이 가려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어디를 긁어야 할지 몰라서 가슴을 쳤습니다. 닿을
서울시립대문화상
용산고 3 김지용
2017.09.12 14:42